“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저주받은 좌석의 비밀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은 마이크나 스피커 같은 전기 증폭 장치 없이, 오직 악기 본연의 울림만으로 수천 명의 객석 구석구석까지 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된 공간입니다. 그만큼 무대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압(Sound Pressure)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합니다.

객석에서 들을 때는 귀가 황홀해지는 웅장한 사운드이지만, 무대 위 연주자들에게 이 거대한 소리는 때로 생명을 위협하는 ‘소음’이자 심각한 ‘산업 재해’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오케스트라 자리 배치 구조상, 등 뒤에서 터지는 폭발적인 소음 폭탄을 고스란히 얻어맞아야 하는 ‘무대 위 가장 저주받은 좌석’이 존재합니다.

1. 금관악기 바로 앞자리, 목관 뒷줄의 비극

오케스트라 무대 배치에서 가장 거대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트럼펫, 트롬본, 튜바 같은 금관악기(Brass) 파트는 보통 무대 맨 뒷줄(타악기 바로 앞)에 배치됩니다.

그리고 음향학적 밸런스를 위해 그 바로 앞줄에는 목관악기(Woodwinds)의 뒷줄 라인인 클라리넷과 바순, 그리고 호른 주자들이 앉게 됩니다. 바로 이 자리가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기피되는 ‘공포의 구역’입니다.

트럼펫이나 트롬본이 곡의 하이라이트에서 포효하듯 고음을 뿜어내면, 그 나팔관(Bell)의 방향이 정확히 바로 앞자리에 앉은 클라리넷과 바순 연주자들의 머리와 귀를 향하게 됩니다. 뒤에서는 대포를 쏘아대는데, 나는 바로 그 포탑 바로 앞에 앉아 얇은 나무 리드를 입에 물고 섬세한 연주를 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2. 군대 사격장 수준의 소음 폭탄

실제 오케스트라 리허설 도중 금관악기 바로 앞자리에서 측정되는 소음 수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웅장한 교향곡의 클라이맥스 순간에 이 구역의 소음은 무려 120~130데시벨(dB)까지 치솟곤 합니다. 이는 군대 사격장에서 총소리를 들을 때나,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할 때 발생하는 소음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일반적인 산업 현장에서는 90데시벨만 넘어도 의무적으로 귀마개를 착용해야 하지만, 음악을 해야 하는 연주자들은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로 이 소음 포탄을 맞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많은 클라리넷, 바순 주자들이 만성 이명(귀울림)과 청력 저하, 심한 두통에 시달리는 잔인한 직업병을 앓고 있습니다.

3. 방음벽 설치부터 레이저 눈빛까지, 무대 위 소음 전쟁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허설 회장에서는 앞줄과 뒷줄 단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신경전과 생존 투쟁이 벌어집니다.

투명 방음벽의 등장

최근 현대 오케스트라 무대에서는 클라리넷과 바순 주자들의 등 뒤에 의자 높이만 한 ‘투명 아크릴 방음벽(Sound Shield)’이 설치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뒷줄에서 넘어오는 금관악기의 직선적인 음압을 물리적으로 튕겨내기 위한 눈물겨운 방어선입니다.

맞춤형 귀마개와 기 싸움

아예 귀 구조에 맞춰 특정 주파수만 감쇄시켜 주는 고가의 ‘뮤지션 전용 귀마개’를 꽂고 연주하는 단원들도 많습니다. 리허설 도중 뒤에서 트럼펫 주자가 너무 과하게 소리를 지른다 싶으면, 앞줄의 바순이나 클라리넷 주자가 연주를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소리 좀 줄이라”고 매서운 레이저 눈빛을 쏘아붙이는 기 싸움도 클래식 무대 뒤에서는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상입니다.

결론: 고통을 견디며 완성하는 하모니

관객들이 숨을 죽이며 감상하는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하모니 뒤에는, 이처럼 자신의 고막을 담보로 잡힌 채 뒤에서 날아오는 사격장 급 소음을 묵묵히 버텨내는 앞줄 연주자들의 눈물겨운 희생이 깔려 있습니다. 우아한 드레스와 턱시도 뒤에 귀마개를 숨겨둔 채, 이명이 들리는 귀를 부여잡고 단 1바이브레이션의 오차도 없이 음정을 맞추는 프로들의 치열한 사투인 셈입니다.

다음에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가신다면, 무대 중앙 목관악기 뒷줄(클라리넷·바순)과 그 바로 뒤 금관악기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 그리고 혹시 설치되어 있을지 모를 투명 방음벽을 찾아보세요. 클래식 음악이 아름다운 예술을 넘어, 누군가에게는 목숨 걸고 버텨야 하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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